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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타인의 의도

  수능 국어(언어) 문학 문제는 잘못 됐다. 하나의 작품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그런데 수능에는 정답이 하나다. 이는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이며 잘못된 것이다. <소나기>에서 '보라색'이 죽음의 암시라 하는데, 황순원 작가는 인터뷰에서 '보라색을 좋아해서 넣었다.'고 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참 얼빠진 소리다. 

 

  수능은 본질적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묻는 시험이다. 그 능력은 '논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수능은 고등교육 범위 내에서 논리적 사고능력을 시험한다. 


  위와 같은 국알못(국어도 알지 못하는 놈들)의 불만이든 저 시인의 비판이든 간에 수능의 취지를 몰랐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내뱉을 수 있는 얼빠진 소리다. 당신이 첫 문단에 공감했다면 수능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인데도 불구하고 공감했다면 소위 말하는 수알못 국알못(...)일테고. 높은 확률로 국어 상위권 학생이 아닐 것이다.

 





 





      

  '씨발'을 근거로 부정적 감정을 유추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정상적이다. 하지만 '씨발'이 항상 부정인 것은 아니다. 간혹 사내아이들이 친근감을 표할 때 '씨발놈아'라 욕하기도 하고 큰 위험을 벗어났을 때 안도의 '와 씨발'이 나오기도 한다. 







<보기> URL : http://www.becle.net/index.php?mid=animation&page=64&document_srl=8121743


      

  <보기>는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게시물이다.


  Q. 글쓴이의 심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A. 


  정상적 사고력 논리력을 갖췄다면 '안도' 혹은 이와 비슷한 성격의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수능도 마찬가지다. 암기나 개인적 상상력, 감수성을 요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요건(지문, 보기, 선지 등)을 통한 


  논리적 사고를 요구한다. 

 

  ​때문에 처음에 언급한 비판이 틀린 것이고, 수능 국어, 특히 문학 영역에서는 개인의 선입견이나 상상력에 기인한 논리적 비약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약속 시간에 늦는 상대를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어린 날엔 타인의 언행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 하곤 했다.


  나는 다양한 방어기제를 발동시켰다. 상대방의 언행에 내가 언짢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라 생각했고 보복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나에 대한 무시였고, 말을 함부로 한 것 역시 나에 대한 무시였다. 그에 맞서며 나와 타인을 괴롭혔다.



  나이 좀 더 먹은 지금은 보다 온전히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약속에 늦는 것은 단순히 약속에 늦는 것이다. 그것에 기분이 나쁠 순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의도했거나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 내가 전화 했을 땐 통화중이었다. 통화중은 단순히 통화중인 것이다. 급한 용무가 생겼을 수도 있고, 중요한 통화 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나에 대한 무시는 아니다.


  이전이라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 발끈 화낼 수도 있는 일에 전혀 그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하며 평온하게 상대를 기다릴 수 있었다.


  전화 건 지 1분도 되지 않아 거의 다 왔다는 답장이 왔고. 답장 온 지 1분도 안되어 상대가 도착했다.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고, 사과 받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사정이었으며 사과였다. 커피도 얻어 먹었다.  


  다시 생각하니, 내가 전화 했을 때 상대도 내게 전화해 '통화중'이 떴구나 싶었고, 그래서 카톡을 했구나 싶었다. 애초에 크게 언짢을 일도 아니었고 예의바른 대처에 언짢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어릴적 방식을 고수했다면 어김없이 상대를 오해했을 것이고, 어김없이 언짢은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선입견을 통한 논리적 비약 혹은 상대방의 의도를 짐짓 추측하는 것. 이것들이 비단 수능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 인간관계에서도 틀리고 잘못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오늘 약속 시간에 늦는 상대를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상대방을 지레 짐작해 오해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로 온전히 받아들여 이해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구나 생각했다.